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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허 창 재  (BN50 Dental Studio 포세린 실장)



얼마 전, 2804매거진 편집팀으로부터 아날로그 치과기공에 관련된 자료요청이 들어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누군가는 2804매거진에 글을 게재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감사하게도 제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니 없는 것이라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보통의 치과기공소는 진료실이 가까이 있지 않은 한 보철물 제작과정이나 세팅, 예후 사진 등을 얻기가 엄청 힘들죠?! 저도 마찬가지 상황이라서 저보다 젊고 유능한 실장님들의 자료가 무척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역발상을 하는 ‘아날로그’ 자료도 있어야 2804매거진의 컨텐츠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2804매거진 편집자의 깊은 뜻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마음대로 결론내리면서, 제게는 다른 이의 세팅 사진 만큼 소중한 석고 덩어리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또 ‘석고조각’이네요 ㅠㅠ


몇 해 전부터 제가 졸업한 학교에 치아형태학 외강을 나가고 있는데, 전치도 전치지만 구치로 넘어가면서 교합면이 생기니 학생들이 멘붕에 빠지고 석고조각을 더 어려워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커다랗고 보기 쉬운 치아 모형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악으로 상하 14개를 제작하고 싶었는데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무척 위험한(?) 짓이라는 걸 바로 깨닫고, 저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하나라도 제대로 완성하자’ 로 급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요즘 석고봉 조각도 안 하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대구치라도 하는게 어디야?!” 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더군요^^;;


저희 기공소 건물 1층에는 제가 좋아라하는 햄버거 가게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거기로 달려가서 매장 직원들 눈치를 슬슬 보면서 큰 석고틀로 사용할 음료컵을 주워 모았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기포가 생길까봐 진공믹싱을 해서 큼직한 석고 덩어리를 준비했습니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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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틀은 뽑았는데, 당최 진도가 나갈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한동안 안 하던 석고조각을 하려니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엄청난 크기 탓에 너무 막막하고 한숨만 계속 나왔습니다. ㅠㅜ 

그래도 이왕 조각도 꺼낸 거, 멋지게 완성해서 몰드도 만들고 ‘수제비누’도 한 번 뽑아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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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주먹만 하고 무게도 꽤 나가기 때문에 한 손으로 잡고 조각하기가 힘들고, 버의 경우에도 치과기공용은 작아서 핸드피스로 윤곽을 잡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중간중간 사진 촬영도 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쉽게 나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느 순간 “괜히 시작했다 ㅠㅜ”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렇다고 하루에 몰아서 하기도 그렇고, 매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틈날 때마다 조금씩 하다 보니 사진의 조명 상태가 일률적이지 못합니다. 이 점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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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기까지 핸드피스로만 작업했습니다. 

만약 초경석고만으로 틀을 만들었다면 석공처럼 정과 망치로 두들기며 조각해야 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핸드피스로 표현할 수 없는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경석고와 플라스터를 적절히 섞어서 

무르기를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여러 석고 제조회사에서 다이스톤의 컬러로 밀고 있는 ‘황갈색’을 원하신다면 황토 분말을 섞어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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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이나 부드럽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조각도를 병행해서 조각합니다. 

물론 미리 손가락에 반창고라도 붙여두면 조금 편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연신 “괜히 했어 ㅠㅜ”를 외치면서도 여기까지 해 온 것이 아까워 마음을 다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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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조각을 하다 보면 근심과 잡념이 사라지면서 무아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핸드피스와 날카로운 조각도로 표현한 거칠고 각진 부위에는 물을 묻혀 가며 날이 덜 드는 조각도로 무마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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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중국산 조각도로 그루브 부위를 세밀하게 다듬습니다.

덩어리가 제법 크다 보니 현미경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1,000방 정도의 고운 사포로 열심히 밀어 표면을 매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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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악 조각을 마무리했습니다. 혹시라도 석고조각에 도전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서 사진을 많이 곁들였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손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운 것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디지털이 대세이긴 하지만 몸으로 배워 둔 치아 형태는 평생의 밥줄이 될 것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하악 구치 조각 및 본격적으로 비누 만드는 법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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