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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전화를 받다.

by 그냥그런삶 posted Jan 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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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여간해서는 전화하지 않는 선배의 부재중 전화에 무슨 일인가 싶어 번호를 누른다.

 

수초간의 신호음이 들리고 첫마디에 힘없는 선배의 목소리가 스피커의 잔진동으로 나의 고막에 전해진다.

마치.

년초에 금연을 선언했다 포기하고 깊은 한모금의 담배를 허파에 담은 후 내 뱉는 듯한 묘한 한 숨 소리.

이윽고 선배는 힘은 없지만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배가 거래하는 메인 치과에 갔더니 실장이 A4 용지 한장을 내밀더란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단다.

 

아니나 다를까. 신년 맞이 변동 수가표가 떡 하니 적혀 있었다.

 

수가의 기준은 다른 기공소에서 영업들어 오는 수가의 평균정도 되는 거라 생각이 드는 수가표.

 

기공소에 돌아와 그것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만 나왔단다.

 

자신이 받는 수가보다 적게는 10프로 많게는 그 이상 할인된 수가.

 

......

 

그리고는 불연듯.

 

얼마전 원장님과 짧게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단다.

 

"메인 거래처면 기공료가 좀 더 현실성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무엇이 과연 현실성있는 것인가?

되뇌이고 되뇌이며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다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나한테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나라고 딱히 답이 있을리 만무했다.

 

나도 치과기공사니까.

 

선배는 얼마전에 일년차 기사를 채용헀다.

 

이제 기공소에 사람은 소장인 선배와 일년차 기사 단 둘...

 

자신의 월급 일부를 기사에게 주면서

집에는 한동안  생활비를 충분히 못 줄 수도 있다라는 말을 형수에게 전하면서

좀 더 나은 기공물을 만들 고자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지 않겠냐는 막연한 소망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이 꿈과 소망이

숫자 몇 개로 인해 산산히 부서져 버려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화를 끊은 후부터 입안이 까칠해 지기 시작한다.  입맛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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