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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잠식당하는 치기공계

by Heron posted Mar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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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일하다가 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어서 올려봅니다.




얼마 전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1로 승리한 사건이 일어났죠.

이미 체스는 인공지능을 사람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알파고의 특징은, 기존의 인공지능이 단순히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상황에 적절한 수를 검색하여 적용하는 것과는 달리, 혼자서 신선놀음하듯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대국을 하면서 경험을 축적해나간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사람의 '감'이라는 것까지 구현이 가능합니다. 사람이 바둑판을 내려다보면서 '여기여기에 놓으면 이러이러하게 진행되어 승률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다.'라면서 돌을 놓는 것처럼, 알파고도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여 수를 읽은 다음 돌을 놓게되죠.




그런데 치기공계에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알파고처럼 할 필요도 없이 이전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패턴인식 기술도 거의 사람에 근접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아무 사진이나 던져주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찍었는지 구분해낼 수 있고,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능의 정확도는 97%정도라고 하죠.

그러면 이렇게 진행될겁니다.


인공지능에게 새로운 케이스를 던져줍니다.

인공지능은 구강모델의 패턴을 인식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많은 이전 모델과 비교하여 가장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냅니다.

가장 비슷한 케이스의 디자인을 불러온 다음에, 다른 유사한 케이스의 디자인 몇 개를 더 불러와 참고하여 현재 모델에 적합한 상태로 디자인을 변경하죠.


이 과정에서 사람이 할 것은 스캔하는 것과 최종검수 정도? 그나마도 구강스캐너를 이용하면 기공소에서 스캔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최종검수도 점점 필요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져서 아무리 희귀하고 어려운 케이스라도 사람이 손댈 필요 없이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디자인해낼 수 있을겁니다.


거기에 더해 숙련된 치기공사들을 채점관으로 배정하여, 국시에서 실기시험 채점하듯이 여러가지 기준을 적용하며 채점하여 인공지능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학습하게 할 수도 있을텐데, 아마 이 방법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죠.


인공지능은 갈수록 더더욱 정확하게 보철물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될겁니다. 알파고에게 아무런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고 벽돌깨기 게임을 던져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시도하는 고득점을 얻는 방법을 시도하게 되는 것처럼, 보철물 디자인에서도 알아서 이상적인 보철물 디자인을 학습해나가게 될테죠.




가장 먼저 인레이와 커스텀 어버트먼트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겁니다.

그 다음에는 싱글 크라운, 이어서 브릿지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덴처까지 완전히 대체하게 될테죠.


치기공사는 점점 디자인에서 멀어지게 될겁니다.

물리적인 작업은 기계의 발전도 동반되어야하지만 이건 인공지능만큼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울테니, 일단 적합조정과 팔리싱, 컬러링 정도는 치기공사가 직접 손으로 하게 될겁니다.


기공소는 점점 없어지게 되겠죠. 인공지능 하나만 있으면 사람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동시에 수많은 케이스를 디자인하게 될테니까요.

초대형 밀링센터만이 남게 될 것이고, 치기공사는 밀링센터에 고용되어 디자인해서 나온 보철물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수준으로 전락할겁니다.

그나마도 들어오는 물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밀링센터의 규모에도 상한선이 있어, 일자리를 잃는 치기공사가 늘어날테죠.




캐드캠을 이용한 보철물 제작은, 지금이야 다르게 이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기공사 한 명이 작업하는데 드는 시간을 적게 하여 기공사가 편하게 일을 하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기공사를 편하게 하는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영영 쉬어버리도록 기공사를 대체해버릴겁니다.


이러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됩니다.

먼저, 아예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어 선수를 치는 것이 있겠죠.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될겁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인공지능으로 치기공계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이 (겉으로 보이기에는) 없는 지금, 미리 인공지능의 치기공계 진출을 막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겠죠.




여러분, 기공소에 누군가 찾아와 여태까지 디자인했던 데이터를 건당 얼마에 구입하겠다고 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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