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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자 정려각

by 다웁게살자 posted Jul 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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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신은 달성군에 봉군된 하영의 손자로 어릴 때부터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의 효성에 대한 얘기는 숱하게 많은데 그중에 이런 것이 있다. 광신의 어머니가 몇 해째 중병이 들어 누워있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늦겨울이었다. 병상의 노모는 갑자기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효성이 극진한 광신이지만 기가 찼다. 엄동설한에 어디가서 복숭아를 구해 온단 말인가? 광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복숭아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마을 뒷산에 올라 자기의 효성이 부족함을 한탄하며 있었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 졌다. 곁에서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려보니 언제왔는지 모르게 송아지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서 있는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달아나려하다간 당장 물려죽을 것 같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호랑이는 광신에게 덤비기는 커녕 그 앞에 엎드리더니 꼬리로 자꾸 자기 등에 올라타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광신은 영문도 모른채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호랑이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바람소리만 들리기 한참, 호랑이가 멎은 것같아 호랑이 등에 찰싹 달라붙은 채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깊은 산골인데 저만치 외딴집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광신은 기이하게 여겨 불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방문을 여는데 집주인이 방문을 여는 순간 광신의 눈에는 막 제사를 마친 제사상위에 놓인 붉으레한 복숭아가 띄었다. 얼른 방으로 들어간 광신은 사정을 얘기한 뒤 복숭아 한개만 달라고 간청했다.

집주인은 광신의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깜짝 놀라며 매년 집주위 산에서 자생하는 산 복숭아를 몇 접씩 따다가 식구가 먹고 그중 싱싱하고 좋은 것을 남겨 두었다가 부모 제사때 써오는데 그것은 돌아간 부모가 복숭아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른 해 같으면 저장해둔 복숭아가 겨울을 지나는 동안 대부분 썩고 한 두개 겨우 쓸까말까 했는데 금년에는 성한 것이 여러개 있어 그것을 모두 제사상에 올려놓았는데 하효자 같은 사람이 있어 하늘이 도운 모양이라고 감탄했다.

광신은 주인이 주는 복숭아를 받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한 후 어머니에게 가져다드렸다. 그뒤 어머니가 간호의 보람도 없이 세상을 떠나자 무덤가에 여막을 짖고 3년을 지성껏 시묘살이했다. 이 소식이 조정에 전해지자 충숙왕은 정문을 내려 그가 살던 마을에 세우게하고 그의 자손에게는 특별히 부역까지 면해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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