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

일하다보면 생각나는분입니다.

by 허재석 posted Jan 19,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하다보면 생각나는분입니다.

늦은 밤 기공실에서 일하다가보면 좀 힘들때가 있습니다.

좁은 기공실에서 다람쥐 쳇바퀴돌듯 몇년간 일하다보니 이젠 어제가 오늘같고

출근하면서 차를 어디다 세워놨는지 점심때 뭘 먹었었는지가  헷갈릴때가

많습니다.

결혼 초  일하면서 숙제 좀 하고나면 늦게 들어가는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공무원인 아내랑 가끔 다투는 일도 적진 않았습니다.

나역시 엉덩이 아프게 앉아서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는 케이스들을 붙들고 씨름하는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데 와이프인들 오죽하겠습니다.

전 이렇게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지치거나 밤늦게 일하느라 피곤해 만사가 귀찮아질때

한번씩 생각나는 분이 한분 있습니다.

그분은 군대 전역하고 난후 대학 다니는 2년동안 제 머리를 깍아주신 아주머니신데요.

그때당시 미장원에서 5천원이었는데 아주머니는 2천원을 받으셨어요. 그래서 초중고등

학생들부터 동네 아주머니.. 직장인들까지 .. 한번가면 30분 기다리면 다행이고

길게는 1시간 30분 까지 기다리려야 했지만(사람이 너무많아 그냥 돌아가야할때도 많

았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빨리 깍으면서도 잘 깍으셨기에 항상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렸습니다.

들은바에 의하면 아침 7시에 등교하면서 문두드리면 아주머니가 문열고 바로 깍아주신다고 하셨으니...

이쯤하면 돈도 엄청 버셔서 몇층짜리 빌딩도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항상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셨던분입니다.

졸업하고 잠시 고향에서 일하다가 다시 학교가 있는 대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처음 몇년간은

너무 바빠서 그 아주머니에게 가서 머리깍을 시간이 없으니 그냥 동네 미장원에갔었습니다.

그러다 한날은 그 미장원이 생각이 나서 기공소 일찍 마치는 날에 차를 타고 찾아갔었습니다.

근데 미장원하던 자리는 간판은 없고 비어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전 '야.. 이젠 돈도

많이 버셨으니 다른곳에서 미장원을 크게 하시거나 편하게 사시겠구나...'했습니다. 사실

아주머니는 다리를 약간 저시는데 결혼도 안하시고 그렇게 오랬동안 머리만 깍으면서 사셨

던 분이셨습니다...


다니던 기공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기공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기공소 앞에는  겨울이면

오뎅이랑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한분계신데 퇴근할때 가끔씩 동료들이랑 들리곤했었습니다.

한날은 아주머니가   기사분들중에 방 구하는사람있으면 소개시켜 달라시길래 집이 어디시냐고

물으니 마침 예전에 그 아주머니가 하시던 미장원이랑 가까운곳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생각이 나서 그아주머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 좋은데 이사가셨나봐요..? 그만큼 버셨으니

인제 일 안하시겠네요?? ^^'

아주머니 대답하시길...'그 아줌마 자살했잖아...'

'......'

'몇년전에 0000병원에서 아랫니를 전부implant로 했는데 2년동안 야쿠르트만 빨았잖아...'

'병원이랑 소송을 얼마나 했는데... 되나... 안되지..'

'소송하느라 돈도 마이 들었어...'

'기침이 자주나서 병원에 갔더니 폐에 머리카락이 가득 차 있더라네.. 오래 못산다고 했다더라고... '

'효녀였는데 새해첫날 딸이 떡국 먹으러 안오길래 가게 가봤더니......쯧쯧.....'(혼자 가계에서 생활하셨거든요..

가계 뒤에는 마당과 낡은 한옥이 있던집이었습니다..)




전 제가 앞으로 기공사로 생활하는동안에는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것같습니다.

서로 반대의 이야기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열심히도 하시지만 건강챙기시는 일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