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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보면 생각나는분입니다.

늦은 밤 기공실에서 일하다가보면 좀 힘들때가 있습니다.

좁은 기공실에서 다람쥐 쳇바퀴돌듯 몇년간 일하다보니 이젠 어제가 오늘같고

출근하면서 차를 어디다 세워놨는지 점심때 뭘 먹었었는지가  헷갈릴때가

많습니다.

결혼 초  일하면서 숙제 좀 하고나면 늦게 들어가는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공무원인 아내랑 가끔 다투는 일도 적진 않았습니다.

나역시 엉덩이 아프게 앉아서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는 케이스들을 붙들고 씨름하는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데 와이프인들 오죽하겠습니다.

전 이렇게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지치거나 밤늦게 일하느라 피곤해 만사가 귀찮아질때

한번씩 생각나는 분이 한분 있습니다.

그분은 군대 전역하고 난후 대학 다니는 2년동안 제 머리를 깍아주신 아주머니신데요.

그때당시 미장원에서 5천원이었는데 아주머니는 2천원을 받으셨어요. 그래서 초중고등

학생들부터 동네 아주머니.. 직장인들까지 .. 한번가면 30분 기다리면 다행이고

길게는 1시간 30분 까지 기다리려야 했지만(사람이 너무많아 그냥 돌아가야할때도 많

았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빨리 깍으면서도 잘 깍으셨기에 항상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렸습니다.

들은바에 의하면 아침 7시에 등교하면서 문두드리면 아주머니가 문열고 바로 깍아주신다고 하셨으니...

이쯤하면 돈도 엄청 버셔서 몇층짜리 빌딩도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항상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셨던분입니다.

졸업하고 잠시 고향에서 일하다가 다시 학교가 있는 대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처음 몇년간은

너무 바빠서 그 아주머니에게 가서 머리깍을 시간이 없으니 그냥 동네 미장원에갔었습니다.

그러다 한날은 그 미장원이 생각이 나서 기공소 일찍 마치는 날에 차를 타고 찾아갔었습니다.

근데 미장원하던 자리는 간판은 없고 비어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전 '야.. 이젠 돈도

많이 버셨으니 다른곳에서 미장원을 크게 하시거나 편하게 사시겠구나...'했습니다. 사실

아주머니는 다리를 약간 저시는데 결혼도 안하시고 그렇게 오랬동안 머리만 깍으면서 사셨

던 분이셨습니다...


다니던 기공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기공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기공소 앞에는  겨울이면

오뎅이랑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한분계신데 퇴근할때 가끔씩 동료들이랑 들리곤했었습니다.

한날은 아주머니가   기사분들중에 방 구하는사람있으면 소개시켜 달라시길래 집이 어디시냐고

물으니 마침 예전에 그 아주머니가 하시던 미장원이랑 가까운곳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생각이 나서 그아주머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 좋은데 이사가셨나봐요..? 그만큼 버셨으니

인제 일 안하시겠네요?? ^^'

아주머니 대답하시길...'그 아줌마 자살했잖아...'

'......'

'몇년전에 0000병원에서 아랫니를 전부implant로 했는데 2년동안 야쿠르트만 빨았잖아...'

'병원이랑 소송을 얼마나 했는데... 되나... 안되지..'

'소송하느라 돈도 마이 들었어...'

'기침이 자주나서 병원에 갔더니 폐에 머리카락이 가득 차 있더라네.. 오래 못산다고 했다더라고... '

'효녀였는데 새해첫날 딸이 떡국 먹으러 안오길래 가게 가봤더니......쯧쯧.....'(혼자 가계에서 생활하셨거든요..

가계 뒤에는 마당과 낡은 한옥이 있던집이었습니다..)




전 제가 앞으로 기공사로 생활하는동안에는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것같습니다.

서로 반대의 이야기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열심히도 하시지만 건강챙기시는 일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
    사람사랑 2008.01.19 23:00
    건강...중요하죠..
    저도 길지는 않은 기공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 내몸에 남은건..재대후로 12kg이나 불어난 몸무게..
    얼마전 건강검진에서 나온 정상인의 3배가 넘는 간수치..
    술도 많이 거의 안 먹는데..
    앉아서 일을 하는직업이다보니..운동은 커녕..규칙적이지 않은 일감들 때문에..
    매일 야참은 기본이었죠..
    지금은 마누라하고 자식새끼들 때문에라도..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일도 많이 들어오면.. 욕심 안내고 외주로 보내려고 노력하고..
    왠만하면 집에 차 두고 걸어다니려고 노력하고..
    근데.. 시간내서 운동하는건 정말 쉽지 않네요..
    골프도 배워야 되고..야구도 하고싶고.. 헬스장도 다니고 싶고..
    말이 길어지네..
    암튼 건강 꼭 챙깁니다.. 내몸은 내것만이 아니니..^^
  • ?
    마빈스세상 2008.01.19 23:04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대구에서 중고교생들한테 유명한 미장원이면 혹시 진모미용실 아닙니까?

  • ?
    허재석 2008.01.19 23:21
    미용실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큰 교회 뒤였는데 교회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삼덕초등학교 근첩니다.
  • ?
    장영권 2008.01.20 00:16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바쁘게 허겁지겁 앞만보고 가면서도 가끔은 옆이나
    뒤도 돌아보고..... 잠시 앉아 이마를 적신 땀도 닦으며......
    근데......쉽지가 않네요......^^
  • ?
    일교대 2008.01.20 00:49
    마음이 찡해지네요
  • ?
    마빈스세상 2008.01.20 00:49
    진자미용실 딸하나 데리고 조그만 가게뒤로 허름한 한옥이 자리잡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항상 약간 절둑거리셨고,자식같다며 학생들을 유난히 챙겨주시던...
    그런분에게 그같은 불행이 일어난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내가 좀 피곤하고 집에 늦게 가는것은 모르겠지만 그런 여건과 환경도 문제고.
    기공일 하면서 과연 옭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 ?
    차기이장 2008.01.20 07:23
    2804회원님들 모두들 건강하시길~ ^^
  • profile
    백년대계 2008.01.20 08:01
    글을 ㅇ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왜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불행이 더 빨리 오는지 말입니다
    요즘 젋은 기공사들이나 소장님께 부탁하곳 피은것은 돈도 좋지만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시라는 것입니다
    소장님들중에 이제 돈도 벌고 살만한신데 건강이 나빠져 불행하신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올한해 회원님들 모두 건강챙기시며 일하세요
  • ?
    방승환 2008.01.21 04:43
    기공사분 대부분이 앞만보고 달리지 않을까요~~
  • ?
    myun park 2008.01.21 12:20
    이런글읽으면 정말..찡하네요..
    적당히 인생즐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좀 힘들죠?
    맘이라도 즐겁게 살아요~
  • ?
    낭구님 2008.01.21 18:36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분이있다는게 행복인것같아요...우리모두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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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2008.02.03 20:02
    ..... 슬프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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