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

기공일기(3)..........무서운 환자

by 사노라면 posted Feb 29,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녀와의 첫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만 , 그녀가 남긴 메모만이 나를 기다렸다

치아를 위에서 옆에서 본 모양으로 그리고

이부분을 요롷게 조렇게 만들어 달라고 씌여 있었다

별별사람 다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특이한 사람이구만.........정도로 생각했다

 

그녀를 만난건 보철물 셋팅 과정에서 였다

맞는건 잘 맞았고 수정 할 부분이 있다는거였다

의사가 한시간에 걸쳐서 설득과 수정을 반복했고

환자가 치아 만드는 분을 꼭 만나야 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중 이었다

 

그녀는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준수한게

조금 말랐다 싶은 정도의 늘씬한 아줌마 였다

옷 매무새도 감각이 있다 싶은 차림새였고........

 

그녀는 원래 자기치아 모형이라며 모델을 꺼냈다

요부분을  조부분을 어쩌구저쩌구.........

으~~~ 환자의 엉뚱한 요구 사항이 많다

그래도 들을 수 밖에

"그러니까 이 모형과 똑같이 만들어 드리면 되는거죠?"

그리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공일에 종사 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야 저작이 잘 되는거고, 음식물이 잘 빠지고....

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만드는거다

걱정하지 말아라, 잘 수정해 오겠다........말했다

그녀도 잘 알아 들었으리라.........믿었다

그녀가 조용한 어조로 간절한 부탁을 한다

"그러니까 요기를 요렇게 해 주세요......."

흡~~~ 콱 막히는 호흡

 

이것은 겨우 고난의 시작일  뿐  이었다

그후로 서너번의 수정이 있었고

결국은  다시 만들어서 두세번의 수정으로 셋팅했다

 

그 환자 오늘은 아침에 와서 점심 먹으러 갈때 같이 나갔다

오늘은 두시간 수정하다 갔다

오늘 소장님 만난다고 한시간 있다 갔다.......

그녀가 내원 할 때마다 간호사가 전해주는 소식이다

 

그녀가 오면 다들 피한다고 했다

눈길 마주치면 딱 걸리는거.....뭐 그런 느낌 이랄까

나도 제발 만나지 않기를 .....그녀가 무서웠다

 

그리고 반대쪽을 시작 했다

교합이 낮아서 재제작

다시 만든거 모양이 맘에 안든다고 두번째 수정하는중.......

 

26,27, 36,37,셋팅

한달 하고 이십일 걸렸다

15,16,17, 현재  기약없이 계속 수정하는중..........

전치도 아닌 구치를 모양이 이쁘지 않다고....

설측을 평평하게....교합은 깊지 않게....

요긴 더 붙이고 ..조긴 깍아내고.....

이건 뭐 새로운 이빨세계을 창조하는 기분이다.............덴장

 

의사도 이젠 체념한 환자고

수정 하는걸 당연시 여기는 여유까지 있다

기공의 길은 멀고도 험하고 끝이 없다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 하는중~~!!

그래도 가야하는 나의 길

이럴땐

외로운 길,

씁쓸한 길,

그래도 나를 먹여 살린

정든 길.........

 

내일은 삼일절이다

족구하면서

팡팡 털어야 겠다

.

.

.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