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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형태의 기공소에 대해

by Heron posted Aug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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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번 관련 내용을 가볍게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진지하게 한 번 실제로 협동조합 형태로 기공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짧은 생각이나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부업(?)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공소 경영 부분에서는 무지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1.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은 법인의 일종으로,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노동자 권익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 권익 보장 측면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협동조합의 모태라고 여겨지는 뉴라나크 방적공장에서는 당시 흔히 하루 18시간 노동하던 것을 하루 14시간으로 줄이고, 일하던 미성년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학교를 세워 교육하는 등의 개혁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이 방적공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에 탄생한 협동조합의 기본적 목적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최초의 협동조합은 로치데일 소비협동조합으로, 마찬가지로 산업혁명기일 때 불안정하게 공급되었던 생필품을 조합원에게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사업의 목적이나 민주적 운영절차 등의 협동조합의 기본이 이 때 다져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국제협동조합 연맹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의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에서 협동조합을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입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우선주의적 성격 때문에, 협동조합은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원에게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과거 3억 이상의 출자금과 200명 이상의 발기인이 있어야 설립이 가능했지만, 2008년 경제위기 당시 선진국에서 협동조합이 고용안정에 효과를 보였기에, 한국에서도 법을 개정하여 출자금 제한이 사라지고 발기인도 5명 이상이면 되도록 설립조건이 완화되었습니다.




2. 협동조합의 장점


협동조합은 사민주의적 형태의 기업이기 때문에, 운영과정에서 조합원 모두가 동등하게 한 표씩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출자금에 비례하는 만큼 잉여금을 배당받을 수도 있습니다. 즉,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소유주가 되면서도 협동조합이 잘 운영되면 될수록 조합원 모두의 이익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이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자본의 집중에 의한 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존 기업은 자본가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유주의 부를 축적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기업인의 경우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경영을 하면서 찬사를 받곤 합니다만, 반대로 그러한 기업인이 칭송받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기업인이 드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노동자는 연봉삭감, 정리해고, 계약직 전환, 재계약 실패 등을 당하는 와중에 기업의 소유주는 배당금으로 파티를 벌이는 현상은 종종 보셨을겁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이런 걱정이 적습니다. 조합원이 바로 협동조합의 주인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직접 자신을 고용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적고, 자발적으로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깁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진짜로 주인이 되어 일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협동조합의 모태가 되는 방적공장의 정신을 따라서, 법적으로 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교육을 필수사업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기공사들의 생계를 보장하면서, 기공사들이 보다 뛰어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3. 예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인 소비자 협동조합은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양질의 물건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신용협동조합은 같은 목적을 가진 조합원들이 자금을 모아 세운, 조합원에게 금융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은행이고요. 오렌지주스로 유명한(?) 썬키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농가에서 농민들 사이에서의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축구 팬이면 다들 알고계실 FC 바르셀로나는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축구 구단을 만들기 위해 세운 협동조합입니다.


제가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장 자주 인용하는 것은 택시 협동조합입니다. 운영구조가 간단하고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들이 영업용 차량 금액 만큼을 협동조합에 출자하고, 그 협동조합에 고용되어, 자신의 출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형태입니다.

택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고용주인 협동조합에게서도 매달 일정한 임금을 받습니다. 그 대신 영업수익을 협동조합에 납부하여 그것으로 임급지급이나 차량관리, 기타 조합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그리고 매 회계연도의 결산 이후 잉여금을 다시 조합원인 택시기사에게 배당으로 지급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인 택시기사들은, 조합원 총회에서 자신들이 정한대로 임금을 받으며, 잉여금 또한 배당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주목적이 설령 조합은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원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택시업체에서 소유주에게 돌아갈 금액까지도 조합원들에게 분배됩니다.

물론 실제로 택시 협동조합이 100% 위의 방식과 동일하게 운영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직원 협동조합은 위와 같이 운영되므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4. 치과기공소 협동조합이라면?


1) 치과기공사가 모여 만드는 치과기공소 협동조합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기공소를 새로 차리고자 하는 기공사들이 모여 출자금을 마련하고 협동조합을 세우고, 협동조합이 조합원들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형태입니다. 이런 형태를 "직원 협동조합"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엔 기공소 오픈을 위한 자금확보가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동업의 형태와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면 다섯 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가하며, 모두가 동일한 비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령 한 명이 10억, 다른 4명이 5천만원씩 출자하더라도 다섯명이 의결에서 갖는 표는 동등한 한 표가 됩니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협동조합이든 법적으로 한 명이 전체 출자금의 30% 넘게 출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저러한 극단적인 모습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동업과의 차이로는, 다섯 명 이상이 출자를 하는데다 한 명당 최대 출자비율이 제한되므로 자본금 편중으로 인한 발언권 강화 같은 현상이 제도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내가 제일 많이 출자했으니 내 방침을 우선시 해야한다.'라는게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법인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동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해줄 수 있기도 합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모두의 의견을 거치고 도장까지 찍어야 효과가 있으며, 이는 한 명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보다 심도있는 의견교환을 가능케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동업과는 달리 법인의 형태를 갖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안정성 측면에서나 낫기도 하고요.

특히 협동조합은 "유한책임"이기 때문에,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단순 동업보다 안전합니다.


운영 방식은 위에서 예시로 든 택시 협동조합과 비슷합니다. 조합원들이 출자하여 법인을 세우고, 법인의 명의로 기공소를 개설합니다. 그리고 법인에서 조합원을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매년 총회에서 각 직원의 임금을 결정하고, 연말에는 잉여금을 직원들이 출자금에 비례하여 나눠갖게 됩니다. 단, 출자금에 비례한 배당은 자신이 출자한 금액의 10%를 넘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전체 배당금의 50% 이상을 이용실적에 따른 배당으로 해야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이용실적에 따른 배당"이라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이 소비활동을 할 사업장을 직접 세우고 직원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형태인 소비자 협동조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사업장을 많이 이용하여 협동조합 영업실적에 많이 기여한 조합원이 그만큼 많이 받아간다는 것입니다.

직원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차이가 조금 있기 때문에, 정관에서 이용실적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해야합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출퇴근부를 작성하여 업무시간에 비례하게 하는 것이 있겠군요. 아니면 각 직원이 작업한 보철물을 통해 얻은 수익금에 따르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체 직원의 1/3 범위에서 비조합원도 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출자할 만큼의 자금이 없는 저년차 기사를 고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2) 소장이 모여 만드는 치과기공소 협동조합.


새로 기공소를 차리려는 사람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일단 기존의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이 협동조합의 설립조건을 충족시킨 다음 협동조합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있고, 아예 기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소장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때 후자의 경우에는 위의 기공사가 모여 만드는 경우와는 다른 형태가 됩니다.


치과기공소 운영에 있어서 기공소 외적인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기공물 배달업이 있겠고, 밀링센터에 의뢰하여 기공물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료상을 통해 기공재료를 구입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경우는 "사업자 협동조합"이라고 하여, 공통된 분야의 개별 사업장을 운영하는 조합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업장을 운영할 때 이득을 얻기 위해서 설립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기공소 명의가 협동조합인 법인이 아니라 각 조합원의 명의가 됩니다.


소장들이 출자금을 모아 재료상, 배달업체, 밀링센터를 설립하여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과정에서 법인이 얻는 수익 잉여금을 각 소장이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출자를 더 많이 한 소장, 법인을 통해 재료를 더 많이 한 소장이 더 많이 배당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개별 기공소의 운영은 소장의 방침에 따라 운영할 수 있기에, 조합원끼리 합의한 사항을 준수한다면 운영에 있어서 자유롭습니다.


법적으로 현물출자를 인정하기 때문에, 출자금 대신에 밀링머신을 제공하는 식으로 조합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보다 쉽게 협동조합의 사업장 설립을 할 수가 있을테고, 참여자를 모으기에도 유리할 것입니다.


만약 위의 기공사가 모여 만든 기공소 협동조합의 경우, 협동조합의 대표가 한 명의 소장으로서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3) 치과의사가 참여하는 치과기공소 협동조합.


이러한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치과기공소를 필요로하는 치과들이 모여서 치과기공소를 직접 차리는 것이죠. 이 경우는 "소비자 협동조합"이 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는 기공사의 권익증진이 아니라 치과의사의 권익증진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기공사의 입장에서는 딱히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기는 하네요.


또 다른 사례로는 기공사와 치과의사, 재료상, 배달업체 등이 모여서 만드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 있겠습니다만.... 이 경우에도 비교적 운영상 의견수렴에서 난점이 있지 않을까 하네요.




4) 치과기공사가 모여 만드는 치과병원 협동조합.


이론상 치과기공사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설립기준이 달라집니다. 30명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정관을 만들고 300명 이상의 설립동의자를 모아야 하며 3천만원 이상의 출자금이 마련되어야하죠. 하나의 생활협동조합에서 하나의 병원만 운영할 수 있지만, 허가를 받고 위의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개설도 가능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엔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로워져, 병원 하나당 500명의 설립동의자와 1억원 이상의 출자금, 2억 이상의 자본금이 마련되어야합니다. 다만, 다른 시, 군, 구에 설치할 때만 병원 하나당 저렇게 요구하고, 같은 지역 안이면 제한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군요.


기공사가 기공사를 위해 치과병원을 운영한다면 병원 하나당 300명에서 500명 이상의 치과기공사를 먹여살릴 수 있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기공사가 기공사를 위해 운영하는 합법적인 치과병원이라는 꿈같은 상황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5. 마치며.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의 법인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존의 기공소에서는 소장이 이끌고 다른 기공사들이 따라가는 형태인 반면, 협동조합일 경우 모두가 의논해서 나아가야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기공사들의 권익증진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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