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 제로기사]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by Nuclear posted Jan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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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치과기공잡지 제로에 투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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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만,

  

금의 기공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 빠져

피아간의 구별도 없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는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희망적인 미래를 준비하자는 덕담마저도 건네기 송구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밤새 조각을 하고, 새벽별을 보면서 빌드업하고, 이른 아침 청소차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되어야

손톱밑 까맣게 낀 루즈자국 지우며 퇴근아닌 퇴근을 하고 하지만....

그어떤 눈꼽만큼의 보람도 자부심도 느껴지지 못하는 영혼없는 치과기공사가 되고 만지 오래입니다.

 

하루하루를 거래처 호출에 가슴조이며 한 달음에 뛰어가 틀니를 수리해도 돌아오는 댓가는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수고가 된지 오래이고, 되려 늦었다는 핀잔을 듣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심해야합니다.

 

인레이는 당연히 무료, 거래 첫 달은 기공료 없는 서비스, 때로는 백지수가표를 들이대는 진풍경도 드물지 않습니다.

몇만원 주고 만든 그 잘난 명함뒤에는 덤핑수가 대문짝만하게 찍어가지고

그것도 영업이라고 당당하게 미쳐 돌아다닙니다.

 

단순작업 막노동도 시간당 인건비는 꼬박꼬박 챙겨 받습니다.

지금의 우리 치과기공계는 스스로의 지위도, 최소한의 자존심도 모조리 내다 버린 상황이라

단순 막노동보다도 못한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공소 내부사정은 또 어떻습니까?

죽는 시늉을 하면서도 결국엔 빚을 얻어 억대 장비를 들여놓고는 정작 운동화 한 켤레 값도 안되는 기공료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기계를 놀리느니 이렇게라도 벌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기사수급이 안된다며 날이면 날마다 하소연을 늘어 놓으면서도 정작 직원 복지에는 전혀 관심없는,

그야말로 막장기공을 하고 있는게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기공계의 현실이 이토록 처참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여전히 돈잘번다는 헛소문에

자신의 꿈을 걸고 기공과에 발을 들이는 안타까운 철부지 청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게다가 소장 한 번 되어보겠다며 주말이면 쉼없이 이런저런 세미나에 돈을 들이는 젊은 기공사도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존재할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치과기공계는 외부적 조건, 내부의 환경,

그리고 새로운 인재의 등용등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모든 부분이 절망적 상태입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진퇴양난이고, 누란지세의 파국으로 치닿고 있습니다.

 

제가 이토록 구구절절 현실의 어려움을 나열하는 이유가 무엇때문이겠습니까?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협회장선거 때문입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벌써 몇몇분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과 선거에 참여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올 대의원 여러분들이 명확하고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이 바로 기공계가 처한 오늘날의 우울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대의원 여러분들,

직선제가 아닌 대의원제로 구성되는 현재의  협회장 선거에서는 여러분들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물론 회원전체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대의원은 여전히 회원을 대표하는 중요한 위치입니다.

 

예전 한 총회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지역별로 옹기종기 나누어 앉은 대의원들은 뒤 돌아볼 것도 없이 자기 지역 후보에게 올인,

아니면 같은 학교출신을 찾아 올인... 참으로 기가 막히는 총회였습니다.

적어도 이번 총회에서는 이런 장면이 없었으면 합니다.

총회가 그저 밥 한끼 먹으러 모이는 친목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치과기공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결정적인 열쇠는 대의원 여러분들이 쥐고 있습니다.

 

새로운 협회장이 선출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된다고 해서

현실의 수많은 어려움을 모두 다 속시원히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에 맞는 수가를 책정하고 덤핑을 근절하여 치과기공사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게만 된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것이 하루 이틀만에 이루어 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새로운 협회장과 집행부에게 거는 기대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수의 회원들이 바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대와 아마도 같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공감  소통입니다.

능력과 열의를 갖추고 있는 젊은 소장들과 회원들이 공감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협회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의 오랜 시간 고생하신 선배님들께 합당한 예우를 해 드리는 만큼

미래를 책임질 젊은 후배들에게는 공감과 격려가 필요할 때입니다.

 

젊은 회원들은 경제적으도 취약하고 경험과 기술에서도 미숙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타협하지 않는 패기가 있습니다.

,외부의 불합리함에 고개숙이지 않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실천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하면 너희는 따라오라 는 식의 일방적 소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회원들을 보수교육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이를 통해 일방적이고도 강제적인 소통구조를 강요한다면

설사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 하더라도 회원들은 절대 자발적이거나 협조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리고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한 마음 한 뜻을 모을 수 없습니다

       

이제 젊은 세대들과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좀 더 많은 정책, 거기에 걸맞는 기회와 직책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이 골고루 소통할 수 있는 협회가 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제가 새로운 협회장과 집행부에게 바라는 것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  소통입니다.

그것 뿐입니다.

 

새해라고 해서 작년과 다를게 무엇이 있을까요..?

 

그래도 새년에는 한가지만 기대해 봅니다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딱히 무언가 큰 일을 하지 않아도, 항상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아버지같은 사람이

우리 기공계에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흰눈이 발목까지 내리고 칼바람이 불어도

자식들 학교보낸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장작패서 세숫물을 데우고,

싸리빗자루 들고 나가 동네 입구까지 눈을 치우시던  깡마른 어느 산골의 늙은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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