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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전상경 - 미국에서 36년째 치과기공에 몸을 담다

by 덴탈2804 posted Jul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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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파워인터뷰는 미국에서 36년째 치과기공에 몸담고 있으며, 저명한 연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상경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전상경 선생은 치과기공 뿐만 아니라 사진 분야에도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치과기공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이 아닌 또 다른 치과기공의 세상을 경험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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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레이의 Yewon Dental Lab




Q. 미국에서 치과기공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의 매형이 1976년에 미국 워싱턴 D.C 근교의 버지니아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매형의 ROTC 동기가 미국에 먼저 건너와 치과기공 일을 하다 치과기공소를 차리게 되었지요.

이런 인연으로 저의 바로 윗형이 1978년에 미국으로 와 매형의 친구가 차린 치과치공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때 처음으로 '치과기공'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치과기공 일을 하는 한국 교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1980년에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미국에 도착하는 다음 날 누님이 치과기공소의 택배 사원으로 취직을 시켜준 것이 치과기공을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였지요. 미국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치과기공 일을 할 수가 있고, 라이센스가 없어도 치과기공소 운영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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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를 위한 보수교육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Q. 많은 대외활동을 하시고 계신데, 소개해 주신다면? 


1996년부터 Creation porcelain을 판매하는 Jensen Dental의 연자로 활동했으며 2006년부터는 3M ESPE와 3M 회사의 강사와 기술자문으로 활동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American Academy of Cosmetic Dentistry가 발간하는 학술지 Journal of Cosmetic Dentistry의 편집위원으로 학술기사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2015년부터는 HASS Bio의 기술 자문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치과 기공사로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치과기공을 해왔던 36년 동안 어려웠던 기억은 별로 없으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던 시간은 있었지요. 1996년, 제가 알기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Creation porcelain 공식 연자로 나서 강연과 핸즈온 세미나를 시작했는데,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일본사람이냐고 물어왔었지요. 


그 당시 미국 치과기공 시장은 한국사람들이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망쳐놨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시절이라, 한국 사람은 일을 싸게만 할 줄 알고 좋은 기공물은 만들 줄 모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모두 일본인으로 간주했었지요. 

그런 시절에 가는 곳마다 일본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왕에 공식적 연자로 발탁되었으니 이 기회에 한국 사람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사명감같은 것을 느끼게 되어 가족에게 이해를 구하고 할 수 있는 강의나 세미나는 모두 다 하게 되었지요.그래서 거의 2주에 한 번씩 강의와 세미나를 하러 집에서 나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아내와 당시 하나밖에 없던 아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지요.


지금은 자랑스런 젊은 한국 치과기공사들이 여럿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2000년 말까지는 서너명에 불과했던 기억도 납니다.



Q. 치과기공사로서의 신조가 있다면?


치과기공만이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일이 열심히 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가 있지요. 컴퓨터와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으로 인해 적잖은 부분이 기계에 의해 제작이 되고, 점차 더 많은 치과, 치과기공 부분이 기계화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면 오히려 더 나은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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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Santa Clara에 sang K. jun arts and science 라는 갤러리/교육센터 복합 공간을 오픈하고, 그해 11월 첫 전시 행사로 서울대 동문회의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미술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성황리에 전시가 끝나고 많은 금액이 모아져 여러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Q. 사진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사진의 좋은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어려서부터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무척 신기하여 아무런 지식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도 사진을 조금씩 배우고, 치과 의사와 소통을 위해서 늘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에 연자로 나서 강의할 때, 프리젠테이션 사이사이에 몬트레이의 풍경 사진을 삽입하였는데, 이왕에 넣을 것이면 좀 더 나은 사진을 넣는 게 낫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사진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 몬트레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경과 일 년 내내 좋은 날씨를 가진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예술인들이 살고 있으며, 현대 사진의 전설 에드워드 웨스턴과 앤셀 아담스 또한 근교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여럿 살고 있기도 합니다. 

오래전, 에드워드 웨스턴의 손자 킴 웨스턴과 알게 되어 사진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으며, 지금도 친구로 또 선생님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지요.


사진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여러 장르가 있는데 제가 하는 것은 풍경(LandScape)이며, 산이나 바다로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찿아다녀야 하지요. 

치과의사, 치과기공사는 작은 물체를 만지고 또 만드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마음이 작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일하다 보면 더욱 더 그렇지요. 그래서 시간에 쫓기는 바쁜 직업이지만 자주 시간을 내어 산에 오르고 넓은 바다를 대함으로써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너그러웠는데, 그 과정에서 좋은 사진까지 만들게 되면 일석삼조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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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웨스턴 가문 4대 전시회에서 잭 웨스턴, 킴 웨스턴과 함께 했습니다.




Q. 미국 치과기공계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와 디지탈 테크놀로지는 앞으로 더욱 발달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발달되는 기계와 테크놀로지는 치과와 치과기공에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기계를 만드는 것도, 테크놀로지를 발전 시키는 것도 치과의사나 치과 기공사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지요. 20년 전에 비해 거의 3/4의 치과기공소가 없어졌지만, 오히려 오랜 경험을 쌓거나 기술이 뛰어난 기공인들에게는 이런 환경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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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대가 에드워드 웨스턴의 가족 4대 작가 전시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저희 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 이후 미국내 여러 곳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은 킴 웨스턴이 웨스턴가 4대의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Q.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한국 치과기공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답을 하기에 너무 광범위하기에 딱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는 않는데,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입니다. 다음은 가고자 하는 나라의 풍습을 배워야겠지요. 미국말로 'Culture Shock'이라는 것이 있죠? 말 그대로 문화적 충격인데, 많은 사람들이 해외 생활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합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여름, 겨울 약 두 달씩 한국 실습생들이 14~15명 정도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요즈음 젊은 세대의 치과기공, 나아가 한국 사람의 전반적인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라가 가난한 이유로 초기 이민시절에는 모든 한국 사람들이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며 저축을 해 모은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해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지금의 세대는 풍족함 속에서 자란 터라 많은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또 어느 선진국이나 다르지 않은 점이 있는데, 바로 열심히 일하는 만큼 보답을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타국으로 오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자라가야 하는데, 태평양을 건너오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것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Q. HASS의 Amber 제품군에 대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좋은 제품입니다. 세계 유수의 제조회사들과 비교한다면 작은 회사이지만, 조금씩 탄탄히 다지면서 커온 회사인 듯합니다. 오픈 마인드로 의견을 수렴하고 품질 향상에 항상 노력하는 대표이사, 연구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볼 때, 꾸준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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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Clara의 갤러리 겸 교육센터 모습




Q. CAD/CAM과 Zirconia 보철, 또는 미래의 기술에 대한 견해는?


심미보철을 고집하다 보니 CAD/CAM이나 Zirconia 분야에는 조금 늦거나 많이 알지 못하는 건 사실이나, 기술자문을 하면서 제작 회사들과 판매사들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접할 기회 또한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반 치과기공인들이 보고 있는 시각과 크게 다른 입장은 아닙니다.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발전된 기술의 접목은 보다 많은 부분을 대신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생명과학의 발전 단계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 발치된 치아를 절단해 유전 인자가 같은 사람에게 접목시키는 의술은 이미 임상실험을 거쳤으며, 또 멀지 않은 장래에 본인의  몸 안에서 치아를 키워 발치된 부분에 옮겨 시술하는 등의 의술이 보편화될 것입니다.




Q.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36년간 치과기공 일을 해오고 있지만, 신체가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할 예정입니다. 

은퇴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은, 재주 있고 공부를 많이 한 치과기공사가 만든 우수한 기공물이 보다 나은 수고비를 받을 수 있는 풍토가 한국에 내려앉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직업이든 가격 경쟁은 있고, 또 가격 경쟁이 있어야 품질 향상에 촉진제가 되지요. 

하지만 한국의 많은 치과기공사들이 먼 외국까지 가서 좋은 기술을 배우고 또 자연치에 가까운 대단한 기공물을 만들지만, 정작 시장 평균 가격보다 조금 더 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 실정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참으로 좋은 기술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또 내 것으로 만들기가 무척 어렵지요.

하루 일정량을 생산해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공들여 수작업을 해야하는 좋은 기공물을 만들기에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기공물들은 그만큼 차별화된 가격을 받음이 마땅한데, 한국에서는 꾸준히 좋은 기술을 발휘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느 나라든 어느 물건이든 가격 경쟁은 있고, 또 그러므로 기술 향상이 되는 거지요. 여기 미국도 대부분에 치과기공소는 서로 가격 경쟁을 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공물은 원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기도 하기에 평소 연마한 기술을 늘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2년 가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 치과기공사, 치과의사와 함께할 시간이 있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은퇴하기 전에 한국에도 그런 풍습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저의 경험과 방법을 알려주며 제안를 했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또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 여러 치과기공사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또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작년 말에 만난 치과 의사 한 분이 2012년에 이야기를 나눈 이후부터 계속 좋은 환경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는 정말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지요. 한 알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음을 커다란 기쁨으로 느꼈습니다. 시작이 어려운 거지,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다 보면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차례차례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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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Clara의 갤러리 겸 교육센터에서는 핸즈온 강의나 스터디 클럽의 교육이 자주 열리고 있습니다.




Q. 덴탈2804의 젊은 치과기공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제가 강연한 핸드온 세미나만 백여 번이 넘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미국에만 28,000여 개의 영업등록된 치과기공소가 있었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치과기공소가 있었으며 더불어 많은 치과기공인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세미나를 통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치과기공인들을 대할 수 있었는데, 이들 중 가장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바로 한국사람들이었습니다. 일본, 중국 또는 유럽 사람들이 아무리 손재주가 뛰어나도 한국사람만큼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구요.


그런데, 그 좋은 재주를 타고난 한국사람 중에서 세계적인 치과기공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의 재주가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손재주는 대단한데 마음 재주가 모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를 배우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신에 누구에게 배웠는가를 더 내세우며, 마음의 겸손함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봐왔지요. 마음에 눈이 떠져야 배울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 젊은 치과기공사 여러분, 

잔을 비워야만 거기에 다시 차를 따르고 채울 수 있습니다. 배울수록 겸손하고,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며 노력하면 좋은 미래가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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